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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소망중 하나가 카메라가방 같지 않은 카메라 가방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일반가방처럼(?) 보인다고 믿는 빌링햄 같은 비싼 가방이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포그(Fogg) 카메라 가방은 이보다 훨씬 비싼 제품입니다.

몇해전에 수입되었다 가격 때문에 지금은 수입을 안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격대비 성능은 많이 떨어집니다.


돈은 많은데 사고싶은 카메라가방이 없으면 이걸 사시면 됩니다.

포그(Fogg) 홈페이지에서 가격은 486유로입니다.


국내에서도 예약판매하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판매되는 가격은 백만원이 넘습니다.



1, prologue 


"왜... 한 오만원은 더해 보이지 않어?" 

얼마주고 샀냐고 마눌이 추궁하길레 두려움(?)반 기대반으로 대답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 집사람도 장비가격에 대해선 문외한입니다. 


"아니 뭐 이런걸 5만원씩이나 주고사... 돈이 남아 돌아?"

"어디 오지 여행을 가?" 

"...." 


진짜 가격을 알면 정신나간 등짝을 맞고 집에서 쫒겨날 지도 모릅니다.



2, 내가 써본 가방들 


로프로 노바 4, 빌링햄 포토하들리 프로, 돔케 백악관 버젼.. 내가 써본 카메라 가방의 전부입니다. 

로프로는 카메라 가방처럼 생겨서, 포토 하들리 프로는 마음에 안들어서, 돔케는 너무 작아서 다른 사람들 품에 안겨주었습니다. 

카메라도 정리하고 원바디 원렌즈체계로 2~3년간은 가기로 마음먹고 여기에 맞는 가방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지금은 철수한 일본의 브랜드인 헤밍스 ML정도의 사이즈를 구하려 했으나 나들이 갈때 사진기만 들고 가는일 보다 여러가지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일이 많아 좀더 큰 가방을 찾았습니다. 

이미 On-line이나 Off-line에서 실컷 눈요기를 한 이후라 웬만한 가방은 가방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눈은 높아지고 욕심은 자꾸자꾸 커지고... 

가끔 시간날 때 마다 남대문시장에서 부터 이른바 명품이라 불리는 가방 매장까지 돌아 다녔습니다. 


3, 그러던 어느날... 


인터넷에서 이 가방은 본 순간 마치 갈래 머리를 한 소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린 피끓는 청춘 처럼 Feel이 꽃혀버렸습니다. 

포그(Fogg)라는 생소한 브랜드입니다.

이름은 비-샤프(B-sharp)요 고향은 프랑스라고 하네요.


며칠간 상사병을 앓듯 시름시름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구입해 버립니다. 

더 저렴한 카메라가방도 고민을 했으나 헤밍스 정도 밖에 대안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 비싼 카메라를 담는 건데 이정도 가격은 해야지 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매장에 들어 섰습니다. 

카드신공을 날리고 가방을 접수했는데 가방이 담긴 투명한 비닐 봉다리를 건네 주었습니다. 


"싼(?) 빌링햄을 사도 박스와 더스트백이 있는데 아니 이런 비싼 제품에 더스트 백도 없어요...?" 


없다고 합니다. 빌링햄도 원래 없다고 합니다. 

박스와 더스트 백은 국내 총판에서 제작해서 다시 포장해서 판매하는 거라고 합니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카드 승인은 났고 가방은 손에 들려져 있습니다. 


일단 생김새는 사진을 좋아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바램인 제발 카메라가방처럼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생김새를 가졌습니다. 

색상은 노란색도 아니고 베이지도 아닌 좀 무채색 경향의 고급스러운 재질로 보입니다.

같은 포그 제품인데 모델마다 재질이 좀 다릅니다. 




외부 사이즈는 가로 33cm X 높이 23cm X 깊이 12cm입니다.

내부는 가로 27cm X 높이 19cm X 깊이 9cm입니다.

무게 765g로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정도입니다.



옆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바닥이 기울어져 있어 제대로 서있질 못합니다.

스트랩이 가방전체를 둘러싸도록 디자인 되었습니다.

무거운 물건이 들어가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장단점 


그 동안 들고 다닌 카메라가방이라야 몇개 없어서 경험치 부족으로 세밀한 묘사와 정성어린 비교는 하지 못합니다. 


장점 


1. 카메라가방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정장 차림에도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

2. RF카메라나 소니 A7RII와 같은 미러리스 카메라에 최적입니다.

   지금은 원바디 원렌즈 체제를 유지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중에 혹시라도 마음이 변해 렌즈가 1~2개 추가 하더라도 수납 가능 합니다.

   세로그립 없는 SLR의의 경우 렌즈를 마운트한채 넣을 수 있습니다. 

3. 찍찍이를 마음대로 붙여 가방의 공간을 구성 할 수 있습니다. 

4. 빌링햄 보다는 이것 저것 쑤셔 넣거나 비어 있어도 가방이 자신의 틀을 유지 합니다.

   스트랩이 가방 전체를 감싸않는 방식이라 무거운 물건을 수납하더라도 가방이 처지거나 모양의 변형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5. 웬만한 방수는 잘 됩니다. 비오는날 들고 다니며 확인 해 봤습니다. ^^ 

6. 사진을 잘 못찍어 잘 보이진 않지만 마무리가 매우 꼼꼼하게 제작 되었습니다.

   스트랩을 매는 황동 고리, 가죽, 장식 하나하나 살펴보면 일일이 수작업으로 했구나 하는생각이 들게 합니다.

   내눈에 명품입니다. 

7. 매장 직원의 말에 따르면 가죽은 최상의 품질이라고 합니다. 이런 색감이나 감촉을 내려면 아주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1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별 장점도 아닙니다.

웬만한 카메라가방은 다 그런 기능이 있습니다. 그냥 내가 산거기 때문에 합리화 하다보니 나온 나만의 느낌입니다. 



단점 


1. 아주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해 만든 고급스러운 어깨패드가 있는데 이게 어깨 닿는 부분에서 물이 빠집니다.

   오만원짜리 가방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장비가 단촐하기 때문에 어깨패드가 없어도 그리 불편하지 않아 빼놓습니다.


뱀발 1 - "신고다니면 신발에 물이 빠지기 때문에 당분간은 진한색 양말을 신으세요..." 

나중에 구두를 사러가서 알게된 일이었다. 맘먹고 좀 비싼 랜드로바를 구입했는데 구입하기전 판매 직원이 주의사항을 말해 주었습니다.

가죽 염색을 천연 염료로 할 경우 물이 조금씩 빠진다고 한다. 그게 싫다고 하니 다른 저렴한 제품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결국 비싼 신발을 들고 나왔다.


뱀발 2 - "어깨패드에 물이 빠져요"국내 총판에 연락했더니 프랑스 본사에 연락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언제든 와서 바꿔가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2. 사진에서 보면 알수 있듯이 가방을 내려 놓으면 가방이 똑바로 서지 않고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수제품이라 내가 구입한것만 그런지 아닌지 알수가 없지만 하여튼 지 혼자 똑바로 서있질 못합니다. 

3. 비쌉니다. 뽀대나 가격면이나 차라리 명품가방을 사서 들고 다니는게 훨씬 낳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거의 비슷한 가방이 국내에 카피되어 판매가 된게 있으니 그걸 사용하는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가방 사이즈는 미러리스 카메라나 RF 카메라 한대와 렌즈 몇가지 정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입니다.



5, epilogue 


1. 마우스를 바꾸었더니 인터넷이 빨라 지는 것(?)과는 달리 아무리 가방 좋은걸로 바꿔도 사진 실력이 늘진 않습니다. 

2. 이거 살 돈으로 렌즈를 샀으면 사진커뮤니티의 일면은 오만번 했을거다는 생각이 듭니다.

3. 너무 인터넷을 많이 하면 생각지 않은곳에 돈을 써버리게 되는군요.ㅋ 

4.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거 산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포그가방은 안쪽에 이렇게 시리얼 넘버가 붙어 있습니다.

프랑스의 글씨 잘 못쓰는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껏 써 넣은 것 같습니다.

#b이라는 제품이고 19X번째 만들어진 가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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